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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또 다시, 여름

여름은 덥다. 

 

작년에도 더웠다. 올해도 덥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덥다는 사실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면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법을 조금은 배웠다는

뜻일 게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꽃이 참 곱다고 하고 봄이 왔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이 신기했다. 뭐 그렇게 당연할 일을 가지고 저렇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어느덧, 나도 그런 어른이 되었나 보다.

 

여름날의 불볕더위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보다는 고맙게 다가온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법한 만리장성 중국 요릿집에 배달을 하는 아저씨가 있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무심코 가던 오토바이를 멈추고는 허리춤에 찬 B5 책 크기만 한 가방에서 풍선을 꺼내서는 바람을 넣고 아이에게 손짓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데 낯선 아저씨의 호의를 그냥 받겠는가. 쭈볕쭈볕하는 아이에게 눈짓으로 나지막하게 가보라고 하니 이네 환하게 웃는다. 헬륨이 들어있어서 하늘을 향하는 풍선을 받아 든 아이는 풍선과 함께 하늘을 날것처럼 환하게 웃는다.

 

 

 

세월은 감각을 무디게 하는 마취제 같다.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다 심드렁하게 피부에 닿아도 뜨겁거나 차갑지 않게 하는 마취제.

 

세월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세월에 파묻여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지도 않다.

내 나이 이제 겨우...아

남이 장군

알렉산더 대왕

광개토대왕

이 밖에도 수많은 위인들은 내 나이 이전에 획을 긋고 하늘로 갔구나.

 

아 그래도 뭐 어떤가 내 삶은 이렇게 소소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뚜벅뚜벅 사는 데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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